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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사랑/마루아라

마루를 보낼 준비 하라고? (반려견심장병, 이첨판폐쇄부전증 말기)

by 김 사랑 2025. 3. 18.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듣던 말을 내가 들을 줄이야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마음의 준비야 몇 달 정도 전부터 했지만
마음의 준비나 정리가 되지 않는다.

마루 이야기를 입양부터 지금까지
심장병 말기에 이르기까지 기획하고 있었는데 일단 이렇게 먼저 짧게라도 기재를 해둬야겠다.

오늘 마루는 재진이 있는 날이다.
정기적인 진료를 일주일에 한 번 보고 있는데
오늘 부디 별 일이 없기를 바랐다.


엑스레이 상으로 마루의 우심방이 매우 커져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우측이 지난주
좌측이 오늘인데
육안으로 그냥 봐도 심장이 엄청 커져있다.
원래도 커져 있었는데 더 커져있다.
이첨판폐쇄부전증은 원래 좌심 쪽인데 우심이 커져 있다. 초음파를 해봐야 한단다.
심장초음파로 확인 시 선생님의 예상대로 심낭수가 차 있었다고 하고 시술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지금 이뇨제를 먹는 양도 다른 수의사가 들어도 놀랄 정도로 많은 양이다.
근데 이 심낭수가 원래 이뇨제에 막 효과를 잘 보진 못하지만 그래도 그 많은 양의 이뇨제에도 더 물이 찬 걸 보면 이건 시술이 필요하다고 하셨고
아주 희박한 확률로 시술을 받다가 쇼크사가 될 수 있다고 하며 동의서를 쓰라고 하셨다.

통화로 가족들과 긴박하게 상의를 했고
그 짧은 순간 정말 너무나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그간 안락사에 대한 안내를 받은 것도 사실이고
마루가 치료를 해서 낫는 병이 아닌
이 병의 악화를 천천히 해주는 것응 희망으로 약을 먹고 재진을 일주일에 한 번 해가며 살아왔다.
작년 6월 첫 폐수종 발생 이후 지금 보면 우리 마루는 살아 있는 게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어졌다.

물을 마시는 것.
밥을 먹는 것.
가장 기본적인 행위를 거의 한 달 반동안 내가 해주었다.

사료는 작년 가을 겨울 부터 안먹기 시작했고
그래서 로얄 캐닌 카디악, 레날 통조림이나
연어or황태+당근+브로콜리+양배추+무 등 심장이나 신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함께 끓여서 흰 쌀밥(aka국밥)이랑 섞어서 줬었다. 근데 점점 통조림도 거부하고 통조림으로 만든 쿠키(쌀가루+레날 통조림+꿀 소량+물섞어서 에어프라이어에 구워줌 칙촉 비슷하게 생김) 만 먹거나 국밥만 먹으려고 들었다.
그 때문에 신장 수치가 떨어진 것 같긴 하지만....

올해 1월 말쯤에 마루가 폐수종으로 퇴원을 한 후 굉장히 쎈 이뇨제를 한 이삼일 째 복용 때 거의 누워서만 지냈던 적이 있다.
신 수치가 미친듯이 높아지고 전해질 불균형까지 와서
진짜 이삼일간은 누워서 지냈고 어느 것에도 반응이 없었다.
엄마가 외출 후 돌아오시면 문 소리를 듣고 짖으며 나가면서 엄청 짖어대며 꼬리를 흔들었었는데
그 땐 그냥 누워서 눈알만 굴리는 수준이었고
그나마 다행인 건 대소변은 스스로 봤다는 것.
물론 그것도 엄청 참았다가 한 번에 몰아서 했던 것 같다.
안되겠어서 주치의 선생님께 문의 드린 후 피하수액을 시작했다.
병원에 가서 두 번 실습처럼 배우고 온 후 집에서 직접 놔줬다.
애가 작은 애가 아니라 혼자서는 무리여서 엄마가 늘 보조로 마루를 잡아주셨다.
처음에는 완전 너무나 무기력한 상태라 주사 바늘을 찔러도 무반응이었는데
피하수액을 놓은지 거의 일주일 쯤 됐었을 땐가.. 애가 슬슬 기력을 되찾고 생기가 생기면서
주사 바늘을 거부하고 입질을 하려 들기도 하고 폐수종 처럼 뭔가 호흡 소리가 좀 들려서 선생님과 의논 후 중단 했던 적이 있었다.
아 그 때 그리고 너무 애가 축 늘어져서 있고 밥도 당연히 안먹으니
(그 전까진 쫓아다니면서 숟가락 들이대고 하루에 10번도 넘게 밥 권하고... 마루도 엄청 스트레스 받았을 거다. 그렇게 해서 어찌저찌 밥을 먹었었다)
이렇게 마루 곁에서 울고 있을게 아니라 뭐라도 해야 겠다 싶어서
사료를 물에 불리고 믹서기에 갈아서 마루에게 강급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게 어느덧 지금은 3월 중순
사료 덕분인지 마루는 신장 수치가 점점 정상화되어 갔고 물론 완전 정상화 되진 않았다.
조금 높긴 하지만 그래도 그 때 처럼 미친듯이 높진 않았다.
아 그리고 엄청 쎈 이뇨제도 끊었다 그 때.
복합적인 이유로 마루는 서서히 정상화 되어 갔다.

그래도 마루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이고
말기 중의 말기이고...
얼마 전엔 기침을 거위 소리 내면서 하고 기침을 종일 하고 잘 때도 하고 그래서 또 병원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기관지가 거의 달라 붙어 있었다.
원래 심장병에 기침 억제제가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는데
기침 억제제와 기관지 확장제를 추가로 처방 받았다.
약을 먹고도 하루 정도는 기침을 했는데
그 이후로 일주일 동안 단 한 번도 기침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 많은 이뇨제에 더불어 그 쓴약을 먹었으니 신장이 또 작살이 난 것이다...

안먹이자니 기침을 하거나 폐수종이 오고
먹이자니 신장이 망가져 버리고
전해질 불균형이 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그 중에 경중을 따져서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일테고
폐수종과 기관지 협착은 방치하면 안되니 어쩔 수 없이 신장 기능을 당겨 쓰는 수 밖에...
이제는 마루의 신장도 너무 힘겨워 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어제 병원에서 대기하면서 쓰다가 말았는데
암튼 마루는 시술을 잘 받았다.
어려운 부분이라 세 번의 시도를 하셨다고 했고
완전히 빼내지 못했다고 했다.

심낭수에서 빼낸 액체. 물이라곤 하지만 피도 많이 섞여 있다.




마루는 집에와 죽은 듯이 침대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조금 쉬게 해주고
오전에도 다 게워냈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먹여야 할 것 같아서 (주치의 선생님도 괜찮다고 하심)
평소 먹던 사료 정량의 1/3 만 먹였다.
다행히 구토는 하지 않았다.
주치의 선생님께서도 진정제 때문에 또 토할 수도 있다고 하셨었는데 다행히 그렇진 않았다.
마루는 집에와서 대소변은 보지 않았고 정말 축 늘어져 있었다.
친남동생이 집에 왔다 마루가 혹여나 갈지도 모르니.. 얼굴도 볼겸 보고 싶기도 하고 문병 차 왔는데
내 동생이 현관문을 딱 열고 들어오자 "왕!"하면서 짖었다 우리 마루...
엄마 품에 안겨 있었는데 "왕!" 이렇게 한 번 짖었다.
아주 아주아주 아주 죽을 만큼 기력이 없는 건 아닌가보다 싶었다.

집에와서 호흡수는 아주 낮지는 않았다.
처음에 잴 땐 23회 정도
그 이후에 재니 한 18회 나오긴 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마루는 또 침대에 있지 않고 밑에 내려가 있었다.
침대 밑에도 마루가 누울 수 있는 자리가 2개 있는데 거기에 있었다.
여전히 기력이 없었고
오늘은 아침약을 먹이려는데 입질을 했다.
약이 너무너무 먹기 싫은 것 같았다.
요새 CHAT GPT랑 얘길 많이 하는데
마루 상태에 대해 얘길 하니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그럴 수도 있고 신장이나 전해질 때문일 수도 있다고 했다.
GPT를 맹신하는 건 아닌데 참고할 만하게 말을 해주는게 제법 있어서 검색도 해보고 GPT도 이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시술을 마친 마루의 저녁. 쉬는 중. 마루가 가장 편안해 하는 자세가 좌측. 진짜 편할 땐 자주 저렇게 잔다. 건강할 땐 매일 저랬는데...


식탁 BAR 의자 같은데 앉혀 놓고 먹으면 그래도 그나마 먹기 때문에
약도 먹였고 신장 보조제 2종을 먹였고
수액도 놔줬다. 진짜 무서워서 못놓겠는데 ... 마루 살릴라면 놔야 한다 라는 생각으로 바늘을 쿡 찔렀다.
마루가 전처럼 얌전히 있어주진 않고 움찔움찔 움직이려고 했는데 엄마도 용기를 내서 마루를 꽉 잡으며 안아줘서 잘 수액을 놔줄 수 있었다.
수액 50 ml를 놔주고 한 20-30분 후에 밥을 평소 먹던 양의 1/3 만 먹였다.
조금씩 뱉긴 했지만 잘 먹어주었고 구토 하면 안되니 트름하게 하려고 밥 먹이고 난 후 한참을 안아줬는데
트름을 안해서 일단 내려놨다.
혹시나 쉬야나 대변을 보지 않을까 해서 배변판 근처에 내려줬는데 그냥 지나쳐서 자리로 향했다.
침대 밑에 자리에 누우려고 하길래 계단계단 마루야 계단! 그랬더니 계단을 밟고 침대위로 올라갔다.


산소발생기도 렌트하고 요새 잘 못써서
마루가 저렇게 기력없이 누워있을 때 산소 틀어주면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산소 텐트를 씌어줬더니 얌전히 있는다.



저렇게 씌어준 후 화장실 갔다왔더니 텐트가 내동댕이 쳐 있고
옆 자리로 옮겨 가 있더라
그냥 산소줄만 콧구멍 쪽에 놔줬다.


유튜브 쇼츠에서 해외 영상인데
어떤 남자가 거동을 못하는 반려견을 들어 안고 화장실로 가더니
욕조에서 쉬야를 보게 하고 엉덩이 쪽 어딘가를 막 만져주니까 똥꼬에서 똥이 쏘옥 하고 나오려고 한다.
바로 안아서 변기 쪽에 엉덩이를 향하게 안으니 똥이 나온다.
한 마디로 대소변을 못하는 아이를 그렇게 정성 스럽게 돌봐주는 영상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와 정말 대단하다 하면서 좋아요를 눌렀겠지만
지금은 그 영상을 보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그래도 마루는 대소변까지 가리긴 하니..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고 나도 마음의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라는 생각과
저 마음이 얼마나 힘들면서도 행복할까 싶었다.
사실 심장에 문제 없이 다리만 문제가 있는 거라면 저 수발을 죽을 때까지 들어야 한다는 것이 더 막막하기도 하겠지만
우리 마루는 심장과 신장.. 목숨을 부지하는 제일 중요한 기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니
언제 죽을 지도 모르니 마음이 이렇게 지옥일 수가 없다.

지금도 내 책상 뒤로 침대가 있는데 뒤를 자꾸 돌아본다
마루 눈을 먼저 보고
배 쪽을 본다.
숨을 쉬는 건지..

저 작은 몸으로
잘도 버텼다
그 쓴 약과, 모래알 씹는 것처럼 거기 싫던 사료도 입으로 넣어주니 꿀꺽꿀꺽 넘겨 주던 우리 마루.
조금만 기력 회복하면 맛있는 거 먹겠다고 짖어대던 우리 마루가
이제는 그냥 누워만 있다.
전처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번에 주치의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은 처음 하셨는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지...
언제라도 호흡정지나 심정지가 올 수 있다고 하셨다.

내가 바라는 것은 우리 마루가 고통 스럽지 않길 바란다.
소풍을 떠나더라도
누나가 곁에 있었고 엄마와 아라가 곁에 있었다 라고
너를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하고 아낀다 라고
내 이름은 아무개 이니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네가 너무너무 힘든데 너를 또 살려 내고 또 살려내서 원망 스럽진 않으냐고
너무 많이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어떻게 보면 지금 돈 못버는 유튜버라
돈에는 허덕이지만
우리 마루를 케어 하는데 있어서는 최고의 시간이 아닌가 싶다.
이제 마루가 떠나면 미친듯이 돈을 벌어야겠지 대출비 갚으러..


어쨋든 마루야 힘내거라
지금까지 미친듯이 힘내고 있는 것이겠지만
쥐어짜내거라
우리 조금만 더 살아보자
기력 회복하면 우리 개모차 타고 밖에 나가서 콧구멍에 바람좀 넣어보자
봄을 느껴보자 마루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한다.
누나가 너무 많이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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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의 건강했던 시절. 어렸을 때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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