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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사랑

우리집 고양이 이야기

 

 

사진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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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될 무렵 길 한복판에서 하얀 배를 보이며 엄마를 바라보던 고양이. 다가와서 자신의 몸으로 엄마의 종아리를 스쳐 지나가길 몇 번.
... 고양이를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던터라 상식이 부족했지만 친근감을 표현하는건 느낄 수 있었다.
엄마는 그 날부터 그 고양이에게 하루 2번 밥을 주기 시작했고 그 아이의 이름은 '레오'가 되었다. (사진1번)

우리집은 아파트1층
창문을 열어두면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와 창문을 바라보며 레오가 야옹야옹 거린다.
꼭 밥이 아니더라도 우릴 그렇게 불러댔다.

우리가 그렇게 급속도로 친해질 때쯤엔 이미 장마가 시작되고 있었다.
매일같이 얼굴의 모든 근육을 움직이며 반갑게 야옹거리던 레오가 보이질 않는다.

삼일째, 동네 초등학생이 엄마에게 그 고양이의 위치를 제보한다.
엄마는 한걸음에 달려가보았다. 레오가 있었다. 그녀의 새끼고양이 네마리와 함께.
지쳐있던 얼굴. 피곤이 역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파트 1층 밑, 흙이 젖어 있었다. 그런 곳에서 새끼를 낳고 비가 젖어드는 곳에서 새끼를 네마리나 거두다니..

속이 상하면서도 대견했다.

새끼를 옮긴다는 것은 당시 생각할 수가 없어서 우선 사료와 물을 가져다 주고 젖은 땅에 있지 않게 박스 위에 비닐을 깔고 얇은 이불을 다시 깔아주고 레오를 찾았다는 것에 안도했다.

다음 날, 밥을 주러 가보니 레오와 새끼들이
없다. 다시 찾아나섰더니 이번엔 경비아저씨의 제보.

새벽에 레오가 새끼를 한 마리씩 물고 저 쪽 방향으로 갔다는거다.
소리가 나는 곳은 트럭.

트럭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는지 그 마른 몸으로 네 마리의 새끼를 비까지 맞아가며 옮겼다니...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집 베란다로 거처를 마련해주었다. 당시 집엔 개 두 마리가 있어서 함께 둘 수 없었다.

그렇게 레오와 그녀의 아기들은 행복했다.
하얀 털이 많아서 하야니: 야니
털 색이 똑같은데
한 마린 작아서 스몰: 모리
한 마린 커서 빅: 비기
한 마린 장화신은 발 같아서
장화신은 고양이의 이름: 푸스(사진2번)
날씨가 좋을 땐 베란다 뜰에서 잠도 늘어지게 자고 놀고...

몇 개월 쯤 지났을까
레오가 들어오질 않는다.
새끼들을 두고 잠깐 나갔다와도 꼬박꼬박 알아서 집에 왔었는데...
새끼들의 몸집도 점점 커졌고 베란다에 더이상 둘 수 없어 시베리안 허스키도 들어가고 남을만한 초특대형 개집을 구매했고 뒷 뜰에 두었다.

잘 시간이 되면 그 네 마리를 개 집에 두고 혹시나 도망갈까 철 창으로 막아두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풀어주고, 밥 먹이고.. (사진3번)

모리가 딱 저 모습일 때 집에 안들어오고 사라졌다.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겨울이 되었다.
춥진 않을까 다시 실내 철창을 사서 거실에 재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린 2년을 가까이 함께 했다.
아침에 뒷뜰에 풀어주면 애들은 밖을 활보하다 저녁이 되서 큰 소리로 야옹야옹 부르면 어디선가 모습을 나타내며 대답이라도 하는듯 야옹거리며 달려왔다.

개만 키워봐서 고양이 생식기를 볼 줄 몰랐는데 개 생각을 하고 이 녀석들 다 암컷이구나 했었다. 근데 한녀석이 아파서 동물병원엘 갔더니 수컷이란다. 네 마리다 수컷. 참 신기했고 그나마 다행이라고 그랬었다.

해가 두 번이나 바뀌고 야니가 하루이틀 외박하더니 그 뒤로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사진 4번처럼 비기와 푸스만 남았다.
하지만 비기도, 푸스도 언젠가부터 오질 않았다. 2년 동안 저녁이면 집에 왔던 놈들인데...
집에서 키울까 고민 안한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방심했던 것 같다.
여자친구 따라갔거나, 교통사고가 났거나, 쥐잡으려고 둔 약을 먹었거나, 요새 고양이 고기도 먹고 판다는데...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그렇게 레오부터 시작해서
모리, 야니, 비기, 푸스는 우리에게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알려주고 떠났다.
아직도 우리 엄만 고양이 사료를 한 두 달에 한번 13.5kg짜리를 구매하신다.
베란다 뜰에 사료를 항상 두고 자면 동네 고양이들이 먹고 가니까..
그리고 항상 사료를 들고 다니시며 길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건내 주신다.

어디선가 잘 지냈으면 하는게 우리 가족들의 바람이지만 무책임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참.. 그리움이라는 것은,
사무친다는 것은

동물들에게 배운 감정이다.


오늘도 길에서 낳은 내 동생들의 사진을 보며 안녕을 고한다.